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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손범수가 만난 사람] JTBC 공동대표 김수길 동문(74경영)
등록일:2016-07-11
조회수:4,542

'자유롭고 유연한 연상 네트워크'

21세기에 가장 매력적인 소프트파워


JTBC 공동대표 김수길 동문(74경영)

 

 

“정보의 홍수, 자극의 범람 속에서 미래를 열어가는 신뢰의 자산을 쌓고 

창조의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 미디어다.” 

보도는 신뢰, 예능은 창조라고 강조하는 김수길 JTBC 공동대표를 상암동 JTBC 사옥에서 만났다.

 

종합편성채널 가운데 JTBC가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고 있습니다. JTBC의 인기와 성공의 비결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요?

'종편'이라는 카테고리는 잘못된 겁니다. 전파로 방송을 시청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마당에 지상파 대 종편이라는 것은 안테나 대 종합선물세트 같은 어색한 구분이지요. 송신소와 백화점을 비교합니까?

정권에 따라 몇 십 년 만에 하늘을 한 번 열었다 닫듯 방송 허가권을 행사해 온 나라에서 지상파 대 종편은 기존방송 대 신생방송의 의미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구나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이 지상파라는 한 울타리 속에서 어떻게 이해를 같이 할 수 있습니까. 3지상파 대 4종편을 1공영 대 6민영으로 재편해야 마땅하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 동네도 오랫동안 쌓여온 기득권 때문에 시동도 걸리지 않을 뿐이지 결국엔 시간문제라고 봅니다.

어떻든 애초에 JTBC는 종편이라는 범주에 스스로를 묶어 둘 생각이 없었습니다. 신생 방송사 중 JTBC가 두각을 나타낸 것은 사실이지만 성공이란 말은 아직 이릅니다. 신규 진입이 매우 어려운 영역에서 방송 시작 5년차에 정상 궤도에 진입한 유일한 신생 방송사라고 하는 것이 옳습니다.

신생 야구팀이 성공하려면 좋은 선수들을 뽑아 그 선수들이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팀워크를 다지도록 기다려주는 기간이 필요한 것처럼, 방송 또한 조급증을 버리고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분위기와 문화를 만들고 적절한 투자를 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방송은, 특히 민영방송은 철저히 오너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대를 읽고 미디어를 이해하는 오너의 식견, 그를 구현할 수 있는 오너의 실력과 도량이 있어야 방송이 제대로 선다는 겁니다. JTBC의 지난 5년은 그런 과정이었습니다.

 

모바일과 소셜 미디어 시대에 방송 미디어로서의 JTBC의 사명, 나아갈 길은 어떤 것인가요?

JTBC를 포함한 중앙미디어 네트워크의 핵심가치는 신뢰와 창조, 두 기둥입니다. 고등학교 교실에 먼지 뒤집어 쓴 채 걸려 있는 액자 속 급훈 같은 것이 아니라 늘 살아 움직히는 가치 말입니다. 소셜 미디어 시대에도 JTBC의 핵심 가치인 신뢰와 창조는 변하지 않습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회가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신뢰의 자산을 쌓아 가는 정보를 전달해야 하고, 자극의 범람 속에서 단순한 재미를 넘어 미래를 열어갈 창조적 활력을 이끌어내는 감동을 주어야 합니다. 말은 쉬워도 이 시대에 미디어 기업으로서 신뢰와 창조를 어떻게구현하며 어떻게 생존하느냐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직 전 세계 어떤 미디어도 모범 답안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우리도 지금 그 답안을 치열하게 찾고 있지요. 일하는 방식부터 시작해서 완전히 새로운 답안을. 다만 승자 독식의 유통업이 콘텐츠 생태계를 파괴하는 현상은 이미 뚜렷하고 그 부작용 또한 이미 뚜렷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질서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또 다른 한 편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봅니다.

 

JTBC의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히든싱어’, ‘비정상회담’, ‘크라임 씬’, ‘냉장고를 부탁해’ 등은 해외로 포맷을 수출하며 한류 콘텐츠 열풍을 이끌고 있는데, 문화 콘텐츠 개발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단순한 포맷 수출은 그리 성과가 크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함께 투자해서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든가 사전 제작한 프로그램을 수출한다든가 하는 여러 가지 다양한 좋은 방법들이 있습니다. JTBC의 경우엔 ‘학교 다녀왔습니다’와 ‘냉장고를 부탁해’가 각각 상하이 동방 TV, 텐센트와 협업을 했던 성공적 케이스입니다.

창조적 콘텐츠는 그 영역이 무한합니다. 상상력도 그렇고 시장도 그렇습니다. 보다 성공적인 우리 문화 콘텐츠 수출을 위해서는 한중일 관계의 재편 또한 절실합니다. 주변국 중 막대한 잠재력을 지닌 일본 마켓이 문화적 정서적 관계 때문에 활성화되지 않은 것이 안타깝습니다.

 

JTBC가 개국한 지 어느새 5년, 그리고 JTBC 대표이사로 취임하신 지 3년이 넘었습니다. 그 동안 경영자로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하나하나 모두가 다 에피소드 아닌 게 없지요. ‘비정상회담’, ‘히든싱어’, ‘냉장고를 부탁해’, ‘썰전’ 등은 모두 숱한 에피소드를 품고 있습니다.

100회를 넘긴 대표 프로그램인 ‘비정상회담’은 임정아 CP가 의사인 남편의 해외 연수를 따라 휴직하고 함께 다녀오지 않았다면 나오기 어려웠을 겁니다. 하버드 대학 동네에서 PD의 시각으로 세상을 접했으니 그런 창조적 콘텐츠가 나왔지요.

다른 궂은일들은 기억이 잘 안 나고 이런 것들은 기억이 잘 나네요.

 

상경·경영대학 학생 중에서도 언론·방송인을 꿈꾸는 후배들이 많습니다. 그 후배들에게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주신다면?

2000년 중앙일보 기자 채용 작문 시험을 출제하면서 ‘In the year 2525’라는 음악의 가사를 프린트해주고 노래를 세 번 들려준 뒤 글을 쓰게 한 적이 있습니다. 일부러 튀는 짓을 한 게 아니라 정형화된 스펙을 쌓거나 천편일률적인 언론고시에 대비한 사람은 미안하지만 걸러내고 대학 생활을 기자처럼, PD처럼 산 사람을 뽑으려 허를 찌른 것이지요.

대학 가려고 논술 학원 다니는 것도 저는 참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평소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보고 상상력 키우면 될 것을, 평소 기름진 음식 먹고 운동 안 하고는 일부러 돈 들여 헬스클럽 다니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신입 사원 자기소개서도 대개 비슷한 틀 속에 갇혀 있습니다. 방송사든 신문사든 아니면 다른 어떤 기업이든 잠재력이 큰 원석을 뽑고 싶지 않겠어요? 전공 학점만 생각하지 말고 인문학을 넓게 들여다보라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신임 김용학 총장 취임사 중 학점 스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평생 사용할 수 있는 내용,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시대가 와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사고능력을 가르쳐야 한다고 역설한 내용에 공감합니다.

 

마지막으로 『연경포럼』을 읽는 동문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네트워크의 시대입니다. 김용학 총장은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가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고 했는데, 대학은 바로 그 중요한 네트워크의 시작입니다.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이 좋은 네트워크가 연상입니다.

연세 상경·경영 동문회는 마피아도 아니고, 진흙탕도 아닙니다. 자유로운 분위기, 유연한 분위기가 연상의 최고 매력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연상 네트워크가 계속 그 고유함을 유지하고 더욱 발전하길 기원합니다.

 

인터뷰 정리 유초영 동창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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