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뮤니케이션 리더십으로 글로벌 시장을 리드하라
박영숙 [82경영,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 사장]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사의 한국 법인을 맡은 지도 어느덧 21년이 흘렀습니다. 지난 10년간 저는 새해 인사 대신, 국내외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를 사회 · 문화적 렌즈를 통해 정리하여 CEO들께 보내드려 왔습니다. 국가의 미래도, 기업의 미래도 결국 리더가 국제 정세 변화의 공기를 얼마나 정확히 읽고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특히 생성형 AI가 모든 영역에 깊게 영향을 미치는 오늘날, 국가와 기업은 자신만의 정체성과 미래 비전에 맞춘 내러티브를 찾아내고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소프트파워를 극대화 해야하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난 80년간 대한민국과 한국 기업들은 ‘화이팅!’의 정신으로 제조업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습니다. 이제는 세계가 주목하는 K-Culture를 토대로, 한국의 비즈니스 리더들이 ‘기업 외교관’으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야 할 시점입니다. 2026년은 모두가 ‘해보자! 가보자!’를 외치며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원년이 되길 희망합니다.
1. ‘레드 헬리콥터’ 무브먼트와 한국적 리더십의 자산
K-Culture와 관련해 저는 우선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성공한 사업가, 법률가이자 교수인 제임스 리의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5년 전, 우연히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그가 기고한 ‘Kindness&Math’ 주제의 글을 접하고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궁금하기도 하고 한국에 소개도 하고 싶어서 바로 연락했고, 지난 5년간 다양한 강의와 리더십 워크샵을 함께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이후 그는 『레드 헬리콥터』를 출간해 미국은 물론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한국에서도 국문판이 출간되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그가 강조하는 ‘정(情)’과 한국적인 독특한 정서가 글로벌 리더십의 중요한 자산이라는 메시지가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제임스 리는 주도성(Agency)과 책임(Accountability)을 리더십의 핵심으로 제시합니다. 주도성은 변화와 불확실성의 시대에 필요한 가장 높은 수준의 리더십 형태입니다. ‘헬리콥터형 리더십’은 여섯 방향 자유로운 움직임과 정지 능력을 바탕으로 변화와 불확실성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리더십을 의미합니다.
위기 속에서도 다정함과 논리로 성과를 내고, 한국인의 따뜻함을 글로벌 리더십의 철학으로 확장하는 그의 관점은 AI 시대 리더들에게 필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한국의 ‘정(情)’과 ‘한(恨)’은 복잡성과 공감을 이해하는 감성 자산으로, 이제 세계가 배워야 할 리더십 언어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제조업, 엔지니어링, 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이제는 지식재산과 기술에 문화와 철학을 결합해 브랜드를 창출하는 ‘문화기반 기술 강국’을 지향해야 합니다. 동서양 문화를 융합해 K-Pop처럼 쿨(Cool)함에 신뢰를 더해 산업 전반에 확산시키는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일 것입니다.

2025년 9월 24일 여의도 IFC 타워에서 KCMC 다국적기업한국인CEO협회의 CEO와 회원사 임원진을 초청하여 진행한
레드 헬리콥터 리더십 워크샵에서 “해보자! 가보자!”를 외치는 참석자들
2. 세계화의 종언과 ‘만국의 만국에 대한 투쟁’의 도래
오늘날 세계는 공존과 공영을 꿈꾸던 세계화 시대를 넘어서, 강대국들의 힘의 논리가 정치 · 경제 지형을 뒤흔드는 100년 만의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토머스 홉스가 ‘리바이어던(Leviathan)’에서 이야기했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넘어서 국가가 기본 경쟁 단위가 되는 ‘만국의 만국에 대한 투쟁’ 시대가 도래했고,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최소 수년간 또는 그 이상 지속될 것이 확실시됩니다. 국제 규범이었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이 흔들리는 가운데, 기업들은 지정학적 위협, 사회적 분열, 규제 및 AI의 영향력 아래 끊임없는 ‘복합위기 속 경영’을 이어가야 합니다. 불확실성이 비즈니스의 새로운 일상이 되었고, 분열된 미디어와 변화무쌍한 정치 환경이 기업 경영의 새로운 기본값이 되었습니다.
이 같은 복잡한 시대에 경영자에게 가장 필수적인 역량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그 중에서도 Public Affairs (이하 ‘PA’)입니다. 정치가 비즈니스, 금융, 무역의 미래를 좌우하는 환경에서 기업은 규제 위협과 정책 리스크를 관리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해야 합니다. CEO는 이해관계자들의 입장과 정치 · 경제 역학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시대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기업 외교관’으로서 역할을 해야 합니다.
PA는 정부, 의회, 규제기관, 커뮤니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기업 현안을 명확히 알리고, 정책 리스크를 관리하며, 소프트파워를 활용해 여론과 환경을 개선하는 활동입니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리더들은 이해관계자 간 간극을 완화하며 기업 활동 지속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신뢰 구축은 시간과 정성, 전문가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업 커뮤니케이션 기능과 외부 자문사의 활동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경영진과 이사회에 전략 정보를 제공하고, 복잡한 상황을 해석하며 ‘운영 허가권(License to Operate)’을 보호하는 중추 역할이 요구됩니다. 위기 대응은 상시화되었고, 다채널 신속대응과 맞춤형 메시지 준비, 민첩성과 회복력이 핵심 역량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AI 기반 데이터 분석과 콘텐츠 개인화가 의사결정의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2024년 4월 26일 미국 워싱턴 조지워싱턴대에서 열린 ‘글로벌 K-기업가정신 포럼’ 특별 세션 토론의 좌장을 맡아 발언하고 있다.
3. ‘촉과 유연성’, 결국은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리더의 입장에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시대에 접어든 만큼 변화를 감지하는 ‘촉’과, 민첩하게 대응하는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게 중요한 생존 무기가 되었습니다. 최고경영자들은 이제 기업 내부의 생산과 인사, 재무 관리 등 전통적인 경영 요소들은 과감히 권한을 위임하고 기업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그러나 기업 스스로는 통제하거나 결정하기 어려운) 외부 변수들에 집중해야 합니다. 외부 변수들은 특히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이해관계자 지도를 잘 그려가면서, 또 가능한 선택 옵션과 경우의 수들을 미리 미리 준비해가면서 복합적이고 전체적인 맥락에서 대응해야 합니다.
2026년, 우리 경영인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커뮤니케이션 리더십과 소통의 힘으로 글로벌 무대를 힘차게 이끌어 나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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