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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정혜진(09경영) 실리콘밸리 통신] 챗GPT가 해줄 수 없는 일
등록일:2024-01-17
조회수:178

 

챗GPT가 해줄 수 없는 일
정혜진 [09경영, 서울경제신문 실리콘밸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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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의 창업자인 샘 올트먼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해임됐을 때 저는 미국 시애틀 공항의 한 멕시칸 식당에 있었습니다. 커다란 TV에는 NFL 팀인 시애틀 시호크스가 승리한 지난 경기가 나오는 부산스러운 분위기에서 홀로 부리또 볼을 시켜 놓은 채 전날 인터뷰를 복기 하고 있었습니다. 전날 시애틀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레드먼드 캠퍼스에 방문해 사티아 나델라 MS CEO를 인터뷰한 내용이었습니다. 여전히 흥분이 가시지 않았던 때 한 줄의 속보와 함께 흥분은 충격으로 바뀌었습니다. 오픈AI 이사회가 샘 올트먼 CEO를 해임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전날만 해도 나델라 CEO는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라며 그간의 노력들을 설명했고 앞으로의 파트너십에 대한 비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당장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적었고 MS가 대주주인 만큼 이사회 결정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었습니다. 전날 했던 인터뷰가 완전히 낡은 인터뷰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간신히 심호흡을 하고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처음 보도는 올트먼 CEO의 갑작스러운 해임을 둘러싼 이유 추측에 집중됐습니다. 오픈AI 이사회가 ‘소통에 있어 투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댔지만 상황을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올트먼이 범죄에 연루됐다는 의혹부터 성추문까지 다양한 의혹이 커졌습니다. 혼란한 와중에 대주주인 MS는 즉각 입장을 내고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은 여전히 굳건하다”며 “동시에 올트먼 CEO 개인에 대해서도 굳건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다음 날에는 올트먼 CEO와 공동 창업자인 그렉 브록먼을 MS의 AI 리서치 팀에 전격 영입하겠다며 깜짝 발표해 해임 사태의 판을 바꿔놨습니다. 잇달아 오픈AI에 초기 투자했던 코슬라 벤처스의 비노드 코슬라 대표도 “올트먼 CEO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그의 행보를 지지하겠다”고 입장을 냈습니다. 혼란한 이슈가 있을 때 일단 ‘중립 기어’ 포지션을 취한 채 좀처럼 입장 표명을 내놓는 일이 드문 우리나라 문화로 봤을 때는 생소한 풍경이었습니다.

올해 실리콘밸리의 최대 화두는 파트너십이었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빅테크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앞다투어 AI강자인 스타트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MS의 경우 파트너십에 관한 가장 난이도 높은 문제를 만난 것입니다. 존재감이 강력한 창업자라고 하더라도 기업 대 기업의 관계로 맺은 파트너십과 별도로 쫓겨난 창업자를 두고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판단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보통 한 발짝 물러나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다가 사안이 좀 더 돌아가는 방향이 명확해졌을 때 목소리를 내는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전한 선택지이긴 하지만 파트너 간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골든 타임 역시 놓치기 쉽습니다. MS는 안전한 선택지 대신 사람을 택했습니다. 올트먼 CEO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보낸 것입니다. 실리콘밸리의 파트너십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후 100여시간 만에 오픈AI에 복귀한 올트먼 CEO는 이 같이 말했습니다. “이번 기회로 MS와의 파트너십은 더욱 굳건해졌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한 쪽 벽면을 채운 파트너십의 원칙에 관한 문구

 

PC 시대 모든 길은 MS 윈도로 통한다고 할 정도로 강력한 위세를 자랑했지만 모바일 시대에 화석 취급을 받던 MS의 저력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나델라 CEO가 상주하며 경영진들과 함께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는 MS 본사의 33번 빌딩 ‘이그제큐티브 브리핑 센터’에서도 MS의 성공 요인을 짐작하게 하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복도에 들어서면 ‘파트너들은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게 합니다(Partners make more possible)’라는 글귀의 벽화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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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MS CEO 사티아 나델라와 함께         (우) 오픈AI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과 함께

 

우리 기업들의 파트너십 방식도 살펴보게 됐습니다. MS 본사와 한국 지사에서 일하며 양쪽의 고객사를 모두 경험한 테크니컬 아키텍터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테크니컬 아키텍트는 회사가 갖고 있는 클라우드 AI 서비스 역량을 바탕으로 각 고객사별 상황에 맞춤형으로 필요한 아이템이나 솔루션을 제공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AI를 빠르게 도입하려는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그에게 우리나라 고객사와 현지 고객사의 가장 큰 차이를 묻자 이 같은 답이 돌아왔습니다. “한국의 고객사들은 우리와 말을 섞지 않아요” 계속해서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며 일이 되도록 만드는 것보다는 일단 지시를 하고 중간 중간 보고를 받는 방식을 지향하기 때문에 적절한 때에 피벗(아이템이 성공적으로 작동할 때까지 방향 전환하는 것)이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우리 기업도 연초 신년사마다 파트너십을 강조합니다. 협력사, 협력 관계라는 말도 즐겨 쓰지만 어쩐지 이 단어들에는 어느 정도 위계가 내포돼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파트너십에서 위계의 아래쪽에 위치하는 상대의 역할은 벤더(공급 업체)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끊임없이 공을 들여도 파트너십의 지속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는데 파트너십이 갑을 관계로 바뀌는 순간 소통과 신뢰는 사라지기 쉽습니다. 이로 인해 제때 피벗이 이뤄지지 않고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과연 어느 쪽에 손해가 될 지는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실리콘밸리 강자들도 파트너십을 위해 백방으로 뛸 정도로 판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더욱 부지런해져야 하는 부분입니다. 이는 어쩌면 챗GPT가 해줄 수 없는 유일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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