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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정혜진(09경영) 실리콘밸리 통신] 그럼에도 실리콘밸리에서 산다는 것
등록일:2022-09-06
조회수:533

 

그럼에도 실리콘밸리에서 산다는 것
정혜진09경영, 서울경제신문 실리콘밸리 특파원]

 

“Welcome to Bay Area”

지난해 12월 회사의 1호 실리콘밸리 특파원으로 부임해 정착을 할 무렵 가장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아시아인이 많고 여러 인종이 어울려 살아가는 곳이라 외부인에게 환대를 많이 해주는 곳인가 싶어 기쁘게 대꾸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말이 쓰이는 공통적인 맥락을 눈치채게 됐습니다.

처음 집을 구할 때 방 두 개짜리 아파트를 구하기 위해 볕이 잘 드는 남향에 전망이 괜찮은 곳을 요청했을 때였습니다. 제일 저렴한 선택지의 월세가 무려 4,100달러(약 533만 원)였습니다. 이제 월세에 타협하자는 마음을 먹고 창문을 열자마자 둑 앞에 있는 커다란 하수구 구멍이 정면으로 시야에 들어왔을 때 다리가 꺾이고 말았습니다. “분명 전망 좋은 곳을 요청했는데요”라고 하자 아파트의 담당 매니저는 당신의 예산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말 대신 ‘웰컴 투 베이 에어리어’하며 어깨를 으쓱했습니다. 지금도 그의 배려에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중고차를 살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눈독을 들였던 한 SUV 차량은 3년 이상의 연식의 중고차였음에도 신차와 가격 차이가 1,000달러도 나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신차를 살까 고민을 시작하니 주문하려면 웃돈만 6,000달러라면서 씩 웃는 딜러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웰컴 투…’

 

  

(왼.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시에 있는 휴렛 패커드(HP)가 시작된 차고지 팻말, ‘실리콘밸리의 발상지’로 여겨진다.
오.구글 캠퍼스에서 취재 후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웰컴 투 베이 에어리어’라는 말이 높은 물가를 감당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애환이 담긴 공감의 표현이라는 걸 이해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베이 에어리어는 샌프란시스코만을 중심으로 한 U자형의 지역을 의미하기 때문에 지명으로는 실리콘밸리보다 훨씬 많이 쓰이는 말입니다. 애플, 구글, 메타,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들과 이들을 목표로 삼는 수많은 스타트업이 있는 곳, 세계에서 가장 평균 연봉이 높은 지역, 하지만 살인적인 물가로 그만큼 가성비가 가장 떨어져 억대 연봉을 받는 이들도 기름값을 10달러라도 아껴보겠다고 삼사십분씩 코스트코 주유소에서 장사진을 치는 곳이 베이 에어리어입니다.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캠퍼스에서 전세계 미디어를 상대로 진행한 하이브리드 워크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집값이 크게 올라 식당 주인들은 왕복 한 시간 거리에 사는 직원들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입니다. 유명 버거 체인점 파이브가이즈는 시급을 22달러로 책정했는데도 늘 ‘구인 중(We’re hiring)’이라는 광고를 붙여놓습니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면 자동으로 붙는 9.13%의 판매세 외에도 ‘임금 인상 할증료’, ‘자영업 할증료’ 등 각종 할증료가 붙는 영수증이 실리콘밸리를 살아가는데 치르는 비용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최근 실리콘밸리를 떠나는 이들이 늘었습니다. ‘실리콘힐즈’라는 애칭을 가진 텍사스 오스틴이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을 상당수 흡수했습니다. 테슬라를 비롯해 오라클, HP 등 본사를 텍사스로 옮기는 곳이 늘어났고요. 지난 5월 LA에서 열린 밀컨 컨퍼런스에서 만난 스티브 애들러 오스틴 시장은 오스틴의 매력을 ‘가성비’라고 꼽았습니다. 법인세와 소득세가 없어 기업들이 몰려 왔고, 좋은 일자리가 생기자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도적은 삶의 비용을 누릴 수 있어 새로운 인재들이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다는 겁니다. 공감이 가는 부분입니다.

 

 

(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AWS 공공 서밋에서 기후 변화에 대비해 제작한 이동형 클라우드 트럭을 체험하고 있다.
오.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열린 애플 연례개발자회의(WWDC)에서 만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셀피 한 컷.
이날 팀 쿡 CEO에 이번 행사의 가장 좋은 점을 묻자 “개발자들과 만나 에너지를 얻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팍팍한 생활을 견뎌가면서 이곳에서 사는 이유가 무엇일까. 며칠 전 집 앞 놀이터에서 우크라이나 출신의 구글 엔지니어 부부와 어울리다가 이곳에서 사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들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구글이라는 회사 내에서 함께 의견을 교류할 수 있는 동료들을 만날 수 있는데, 또 관심사를 언제든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웃도 있다”며 “지금 우리가 아이를 보면서도 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까요”라고 말했습니다. 또 많은 부모들이 어릴 때부터 함께 창업을 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어릴 때부터 친구들의 장점을 잘 찾아보라고 교육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나의 생활반경 만큼 많은 사람들을 접하고, 또 이 관계를 통해 내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공동체라는 점에서 실리콘밸리 생태계의 잠재력이 여전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마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곳에 모인 엔지니어들, 창업가들, 투자자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주는 곳입니다. 최고의 복지를 동료로 꼽는 회사들이 많은데, 최고의 이웃이 있는 공동체에 가깝습니다. 원하면 언제든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웃들과 대화하고 자신의 자아를 확장할 수 있는 곳. 링크드인으로 전 세계 이용자들을 커리어라는 관심사로 연결한 링크드인의 창업자 리드 호프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실리콘밸리는 지역이 아니다. 일종의 마인드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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